성추행 문제로 상대방이 신고 이야기를 꺼냈다면 먼저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의자가 직접 연락하면 의도와 다르게 압박이나 회유로 비칠 수 있습니다. 사과와 합의를 생각하고 있다면 연락하기 전에 확인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이미 보낸 사과 메시지는 지우지 마세요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돼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이미 보냈을 수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지우거나 상대에게 삭제를 부탁하지 마세요. 사과한 이유가 사실을 인정해서였는지, 분위기를 수습하려던 것이었는지는 앞뒤 대화와 함께 설명해야 하고, 원문이 남아 있어야 그 설명이 가능합니다.
상담에서는 언제 어떤 경로로 무슨 말을 했는지, 상대가 어떻게 답했는지를 순서대로 보여 주세요. 사과 표현과 실제 있었던 일을 나눠 정리하면 나중에 조사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설명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직접 연락이 불리하게 평가되는 경우
신고한 사람은 사건 이후 이미 불안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때 상대가 전화를 하거나 집과 직장으로 찾아오면 사과보다 공포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수사기관도 이런 접촉을 반성의 표시로 보지 않고 2차 가해로 평가해 죄질을 무겁게 볼 수 있습니다.
사건 내용을 다시 꺼내 해명하거나 금액을 제시하는 대화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진술을 바꾸게 하려는 회유나 증거인멸 시도로 비치면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지는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선처를 구하려던 연락이 신병 문제로 번지는 셈입니다.
지인에게 대신 말을 전하게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직접 하지 않더라도 친구, 동료, 가족에게 상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하면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단체 대화방에 해명 글을 올리는 일도 상대에게는 압박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보내려던 글이 있다면 보내지 말고 상담에서 먼저 보여 주세요.
직장에서 생긴 일이라면 상사나 인사 담당자를 거친 연락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이 부분은 회사 경위서를 쓰기 전에 정리할 것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상대가 먼저 연락해 온다면
신고한 쪽이나 그 가족이 먼저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올 때도 있습니다. 이때 사건 내용을 두고 말다툼을 하거나 즉석에서 금액을 정하지 마세요. 받은 연락은 지우지 말고 날짜와 내용을 그대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답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답장을 보내기 전에 상담에서 내용을 보여 주세요. 짧은 답장 하나도 나중에 사건 기록과 함께 읽힐 수 있습니다. 대리인을 거쳐 이야기하겠다는 정도의 정중한 회신이 필요한지, 아예 회신하지 않는 편이 나은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합의는 과정까지 검토됩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기소유예 같은 처분을 정할 때 무겁게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그렇다고 합의서 한 장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합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강요가 섞이지 않았는지까지 살핍니다.
그래서 합의 의사는 법률 대리인을 거쳐 조심스럽게 전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거기서 멈추는 것도 과정의 일부입니다. 합의와 함께 반성문이나 재범 방지 교육 이수 같은 자료가 필요한지도 사건 상황에 맞춰 검토합니다.
혐의를 다툴 사건이라면 순서가 다릅니다
기억과 다른 주장이 들어 있다면 사과와 합의부터 서두를 일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를 어떻게 설명할지 정하지 않은 채 합의를 시도하면, 그 과정에서 한 말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조사 준비는 첫 경찰 조사 전에 맞춰 볼 기억과 기록을 함께 참고하세요. 다른 사건에서 합의 뒤 기소유예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이 사건의 처분을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